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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7/02/2015 in 오델로, 소설, X-square, 오델로 소년

오델로 소년 (2)

“자... 여기에 이렇게 돌을 놓고...”

민혁은 오델로판에 구석과 변에 백돌을 하나씩 놓기 시작했다.

“아저씨 지금 뭐하는거야?”

오델로판의 가장자리 거의 절반에 백돌을 채운 민혁은 소년에게 말했다.

“자 14개의 백돌이 깔려있다. 이제 네가 백을 쥐고 나를 이기면 된다”

“뭐어?!”

황당한 표정의 소년이 말했다.

“아저씨, 내가 누군지 알아? 전국대회 유소년부 1위 박영수라구.”

“그래 유소년부 1위니까 14개만 깔아줬잖아. 그래야 승부가 되지”

“머리가 어떻게 된 아저씨 아냐? 좋아. 이기면 되지 발로 둬도 이기겠네. 킥킥”

이렇게 해서 미리 14개의 백돌을 깔아놓은 기이한 오델로 대국이 시작됐다.


십여분 뒤 소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머리를 감싼 채 연일 씩씩대고 있었다.

소년이 한줄을 뒤집자 민혁은 대각으로 잘랐다.

다시 소년이 흑의 대각을 가르자 민혁은 중앙에 자신의 돌이 갇혀지게 한 후 하나씩 패스를 가져가며 흑돌 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아이 씨. 이게 왜 이렇게 됐지?”

주위를 둘러싸서 대국을 구경하던 다른 소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뭐야 반장 지가 제일 잘둔다더니 14개 미리 깔고 지고 있는거야 지금?”

“거품이었나.. 실제론 그렇게 잘 못하는거였어?”

“설마 미리 14개 깔고 지겠나... 지면 전국 우승은 뻥이 되는거지”


소년이 고민 끝에 한수를 두자마자 민혁은 바로 준비가 됐다는 듯 상대돌을 뒤집었다.

그러기를 몇 번 하니까 반상에는 더 이상 빈칸이 남지 않았다.

“자 계가를 해볼까... 흑돌이 36개 백돌이 28개인가. 흑이 이겼네 그치?”

“...”

승부는 가볍게 흑이 이겼고 대국을 마친 소년은 얼굴이 상기된 채로 일어나서 허둥지둥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를 따르던 다른 소년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강하다! 이 아저씨는 매우 강해!’

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처음부터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이는 속으로 소리쳤다.

민혁을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

“어디 다친데는 없니?”

“쳇.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내가 애기도 아니고.”

“그래 내가 너무 어리게 봤구나 미안.”

“... 근데 왜 저를 도와준거에요?”

“글쎄... 그보다 걸을 수 있겠니? 이리와라 아저씨 등에 업혀라. 아저씨랑 같이 가자”

마지못해 민혁의 등에 업힌 아이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분하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런 녀석들보다 약하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어. 녀석들보다 강해지고 싶단말야... 크흑”

“그래 너라면 할 수 있을거야.. 참 이름이 뭐니?”

“최현서”

“그래, 아저씨가 좋은 스승을 소개시켜 주지. 그런데...”

“아버지 함자가 최자 동자 훈자 시라고?”

“응. 우리 아버지는 최동훈 7단이래. 내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셔서 나는 기억은 안나지만 당시 오델로를 제일 잘두는 기사였다고 엄마가 그랬어...”

“그렇구나...”

남자의 표정에 쓸쓸한 빛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헉...! 지수!”

아이를 업고 가는 민혁의 앞을 팔짱을 낀 지수가 가로막았다.

“뭐에욧!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 오지도 않고...!”

“아 그게 저... 실은...”

“아아~ 됐고 나도 다 봐버렸으니까!”

“아니 어떻게..?”

“뭐 사람이 안오니까는... 어머, 피... 일단 학원으로 가서 약을 발라요”

아이의 무릎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본 지수가 얘기했다.

“아 그러자구. 참 현서야. 인사해라 너의 스승이 될 오지수 사범님이다”

민혁의 등에 업혀있던 아이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야 이런 여사범은! 난 연약한 여자보다는 남자한테 배울거라고! 싫어!”

“하...하... 고놈 참. 지금 다친 애를 때릴 수도 없고...”

지수가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뒤를 따랐다.


학원에서 아이의 무릎에 조용히 약을 발라주던 지수가 입을 열었다.

“아까... 그 불량소년들 있잖아요...”

민혁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실은 우리 학원 원생들이었어요. 그 영수란 애도 내가 가르치던 애고.”

“....”

“실력은 뛰어난 편이어서 전국대회 유소년부 우승까지 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나쁜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사람이 변하더라구요”

“오델로 특별반을 불량서클로 만들어버렸을줄은 몰랐네.”

“... 내가 잘못 가르친걸까... 죄책감도 생기고...”

이야기를 듣던 민혁이 조용히 얘기했다.

“...명국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알아? 명국은 말야. 한사람이 매우 잘둔다고 해서 명국이 생기지 않아. 절대 고수 두사람이 서로 최선수를 둬나갈 때 명국이 탄생하는 거거든.”

“내가 아무리 잘하고 또 잘해줘도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일 그릇이 안된다면 명국은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다른 고수와 대국을 새로 시작하는게 맞을지도 모르지.”

“....이제 누구를 또 가르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네...”

“...치잇! 내가 있잖아!”

“현서!”

“너 여선생은 싫다며?!”

민혁이 빙글거리며 물었다.

“뭐... 그렇더라도 기본기는 여선생님한테 배워도 상관없겠지. 제자가 없다니 내가 잠시 제자가 되어주겠다는 것 뿐이야. 그깟놈들을 제자라고 키워낸 선생도 불쌍하고...”:

“하...하... 저기 현서야 너 말투는 좀 공손하게는 안되는거니... 하...하...”

지수가 약간의 타박을 했지만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아 몰라. 빨리빨리 가르쳐줘.”

현서가 오델로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돌 잡는 법부터...”

“아 오프닝부터 알려달라구요...”

“자세부터...”

“자세는 그냥 이렇게 대충 두면 되지!”

‘퍽.’

“아얏! 왜때려...!”


창밖으로 석양이 지는 학원 안에 그렇게 세 사람이 앉아있었다.

민혁은 어찌됐든 활기찬 분위기가 가라앉은 분위기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잘됐다는 표정으로 차 한잔을 입에 가져갔다.

-오델로 소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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