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Ot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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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7/06/2015 in 오델로, 소설, X-square, 독사

독사 (2)

뜨거웠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곧 소나기라도 내릴 것 같은 습한 기운이 온 도시를 뒤덮었다. 덥고 습한날 오후 학원에는 현서가 스마트폰을 재미있다는 듯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민혁이 옆에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현서 뭐하는거냐?”

“아 아저씨 이거 플레이어 수가 제일 많은 오델로 앱이에요. 여러 유저들이랑 둘 수 있으니까... 지금 아이디 만들고 둬보려구요”

“그런데 아... 아이디를 뭘로 하지? 천재 오델로 소년이라고 할까...”

“천재는 무슨.. 초보 오델로 소년이겠지 호호”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던 지수가 끼어들었다.

“우이씨 지금은 초보지만 원래는 천재라고...!”

민혁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말고 학원 홍보나 할겸 학원 이름으로 짓지 그래?”

“그럴까... 에라 모르겠다. 원생도 나밖에 없는데 다른 사람 들어오는데 도움이 되면 그러지 뭐”


잠시후, 대국을 시작한 현서가 몇 수 두다가 소리쳤다.

“아우! 점수가 이렇게 높은 사람이랑 만났어! 큰일이다. 이거 뭘 어떻게 둬야하는거야!”

십여수가 진행되었을쯤 옆에서 대국을 지켜보던 민혁의 눈빛이 잠시 날카로워졌다.

현서가 엉뚱한 곳에 놓으려 하자 민혁이 현서의 손을 잡았다.

“거기 말고 여기 둬봐라”

“에? 아저씨가 나 이기게 해줄라고? 오예! 히히”

스마트폰 너머 상대가 응수를 하자 민혁이 다시 말했다.

“여기...”

“이번엔 여기...”

현서는 킥킥대면서 민혁이 두라는 곳을 연달아 두었고 그럴수록 상대가 생각하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엔딩이 다가올 무렵 표정이 진지해진 민혁이 현서에게 말했다.

“현서야. 그만 됐으니 기권하고 나와라”

“에? 왜? 이겨주려는거 아니었어?”

“자기 실력이 아닌 것으로 이기는 행위는 옳지 않아. 네가 졌다고 하고 나오는게 맞다. 처음부터 내가 도와주지 말걸 그랬구나...”

“칫. 알았어요 진정한 오델러는 상대를 속이지 않지”

문서 작업을 하던 지수가 갑자기 두팔을 올리며 소리쳤다.

“아우! 끝났다. 이제 홈쇼핑에 미팅하러 가야해”

“몇일동안 머리에 쥐나게 공부하더니 이제 구성안 다 작성한거야?”

“그래요. 부업이지만 홈쇼핑 프리랜서 작가는 힘들다구. 일단 상품을 알아야 하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잘 팔릴 수 있는지 세일즈 포인트를 잡아야 하고, 그리고 또...”

“알았어 알았어 고생했어. 그럼 미팅하러 가면 되는거지?”

“그래요. 유사범님이 운전 해주면 난 옆에서 마지막으로 한번 수정할겸 읽어보고”

“그래. 그러면 현서는 여기 좀 있어라 사범님들은 다녀올게.”

“네. 둘이서 밤늦게만 오지마 킥킥”

“너 무슨 말을!”

현서에게 주먹을 쥐고 다가오는 지수를 막아서며 민혁은 지수와 함께 학원 밖으로 나갔다.

현서는 아까 두던 오델로 앱을 가지고 계속 대국을 하고 있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학원의 문이 덜컥 열렸다.

스마트폰으로 오델로를 두던 현서가 시선은 폰에 고정시킨 채 돌아보지 않고 얘기했다.

“아, 벌써 온거야?

“앗?!”

뭔가 이상한 낌새에 뒤를 돌아보던 현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기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핏발 어린 눈으로 자기를 노려보며 서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저씨는 누구에요!”

사내의 눈에는 현서의 손에 아직 작동중인 오델로 앱의 대국 화면이 들어왔다.

“네가... 한빛 오델로 학원이라는 아이디를 썼던 녀석이냐?”

무서움에 몸이 얼어붙은 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그래요! 아저씬 뭐에요! 날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에요!”

남자는 아무말도 없이 저벅저벅 현서 앞으로 걸어오더니 학원의 오델로 판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학원 이름 검색해서 찾아오는데 한참을 헤맸군. 둬봐라.”

“에에? 뭘둬요?”

“오델로 말야. 너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그런걸로 두는건 아니었지?”

“아니죠! 이 최현서를 뭘로보고! 전 그런 속임수는 쓰지 않는다구요!”

남자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스쳤다.

“그래... 그거 아주 잘된 일이로구나. 아까처럼만 두면 된다. 둬보자”

현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없이 남자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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