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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3/18/2016 22:08 in 오델로, 알파고, 이세돌, 한국바둑

알파고와 이세돌 그리고 한국바둑의 미래

지난주 엄청난 허리케인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5번기가 바로 그것이다.

5번기 이후 구글의 주식가치가 수십조 뛰어오른 것은 그만두더라도 기계와 인간의 세기의 대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까지 그 대국을 지켜보게 됐던 것이다.

하긴 필자가 머리털 나고 뉴스 속보로 대국 진행상황과 결과가 전송되는 것은 처음봤으니 빅이슈도 이런 빅이슈가 없었다.

문제는 이 5번기의 결과가 불세출의 기사라고 불리우던 이세돌9단의 1:4패배로 끝난 것에서 비롯된다.

각계에서는 이 충격이라면 충격인 결과를 놓고 저마다 수많은 해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전망은 전망일 뿐이고 누구라도 자신의 견해를 내놓을 수 있다. 그것이 꼭 맞으란 법도 없고 맞아야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견해들이 나와서일까, 필자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의견들도 많이 접하게 되었고 따라서 오델로라는 바둑과 유사한 게임 기사 중 한명으로서 나름대로의 입장을 정리해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필자는 오델로 기사이기도 하지만 아마 4단 정도 기력의 바둑 애호가이기도 하다. 어렸을때부터 아마 바둑 고수이신 아버지로 인해 이런 저런 바둑 정보나 지식들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그때 많이 들었던 얘기중의 하나가 “바둑은 일견 경우의 수가 361!로 보이지만 패라는 것이 있기때문에 그 경우의 수는 무한대다”라는 것이었다. 361!만으로도 이미 사람 머리로는 무한대인데 거기에 또 무한대가 곱해진다는 것이니 이건 대충 생각해봐도 기계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그때 이미 오델로는 물론 체스 장기 모두 컴퓨터가 인간을 뛰어넘은 이후라 그런 무한 경우의 수는 바둑의 가치라면 가치를 평가하게 하는 요인중 하나였고, 바둑을 두는 사람들에게 은연중 컴퓨터도 따라올 수 없는 고차원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점에서부터 사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때문이든 이벤트 홍보 때문이든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대국을 기계와 인류 최후의 대결, 여기서 이9단이 지면 기계의 인간정복 뭐 이렇게 SF영화처럼 구도를 잡아서 언론을 타게 된 것인데 이것부터가 사실은 맞는 얘기가 아니다.

필자는 바둑을 배우던 시절 정말 경우의 수가 무한대일까라는 의문을 가진적이 있었다. 361칸중 하나에 첫수를 흑이 놓으면 백은 이론상 나머지360칸중 하나에 다음수를 놓으면 되지만 조금이라도 둘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놓지 않게 되는 곳이 몇백칸 된다. 즉 확률이 무한대는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바둑을 모르는 프로그래머라면 그 경우의 수를 361!*패의 경우의 수로 따져보았을 것이지만 바둑을 아는 프로그래머라면 당연히 경우의 수를 줄이는 방법부터 강구했을 것이다.

그러면 경우의 수를 어떻게 줄여나가는가. 어느 정도 이상 두는 사람의 수많은 기보를 다 입력해버리면 한수당 계산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확 줄지 않을까. 그리고 연산할 수 있는 양을 최대한 늘리면 바둑으로 인간 최고수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후반 끝내기(집계산)는 컴퓨터가 인간보다 잘 할 수밖에 없는 것일테니.

결국 이런 생각을 지원해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자금, 인력이 있었다면 누구라도 알파고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알파고가 나오기 이전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세계 각국에서 훌륭한 바둑 소프트웨어들이 나와있었다. 그중 가장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구글이 이런 사건(?)을 만들었던것 뿐이라는 생각이 가능하지 않는가?

또 하나 오해하면 안되는것이 알파고는 CD몇장 깔면 깔리는 일반 바둑 소프트웨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CPU1200개를 이어붙여 만든 거대한 연산’망’이다. 그러니까 이세돌9단은 무슨 개인용 PC에게 진것이 아니라 사람의 신경처럼 연결된 컴퓨터 망에게 진것인데, 문제 하나가 출제될 때마다 순식간에 도서관의 모든 책을 다 찾아보는 프로그램보다 시험을 잘 볼 인간이 과연 있을까. 오히려 이세돌9단은 그 와중에 한번 이기기까지 했으니 정말로 위대한 1승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눈치빠른 분들은 필자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을 것이다. 각종 언론에서는 알파고가 이세돌9단을 이긴것을 가지고 마치 기계가 인류를 뛰어넘은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은 구글이 바둑이라는 게임에 있어서 슈퍼 컴퓨터를 가지고 인간을 이기는 ‘방법’을 찾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 업적 자체는 대단한 것이 맞지만 앞서 말한 그 무한한 경우의 수를 다 꿰어서 바둑이라는 게임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얘기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둑이 수백년 이상 사람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승부를 가리는 게임의 속성을 벗어난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고수들이 두는 바둑의 한수 한수에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어떤 예와 도가 담겨있다고 여겨져왔던 것인데, 그것은 실제로 바둑이 예다, 도다라는 것을 떠나서 오랜 세월 인간이 지향하고자 하는 덕목이 구현된 채로 내려온 거의 유일한 게임이 바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들어 바둑에는 ‘기세’라는 것이 있다. 상대가 내 돌을 무리하게 위협해 올 때 물러서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고수들은 가르친다. 기세에 밀리는 바둑은 바둑이 아니라고 한다. 즉 승부를 떠나서 그런식으로 두는 것은 바둑의 이치에 어긋난다는 뜻인데 이번 알파고의 착점을 보면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감정이 없는 기계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승리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만 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바둑의 룰을 가지고 이기는 수만을 두었던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9단을 이겼다고 해서 바둑은 침체일로를 걷게 될 것이며 교육쪽으로야 몰라도 프로기사들은 이제 설 곳을 잃을 것이다라는 류의 의견에 필자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체스나 장기가 컴퓨터에게 정복당했다고 해서 그런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없어졌나? 오델로가 컴퓨터에게 정복당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가? 일본에서의 오델로 대회는 세계대회의 몇곱절 인원이 참가하고 있다. 게다가 알파고는 그 경우의 수를 계산해내서 바둑을 정복한 것도 아니고 인간들의 수많은 기보를 가지고 학습한 결과물과 연산망으로 승부했다. 인간이 전자계산기보다 계산이 늦다는 이유로 수학이 기계의 전유물이 될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비웃음을 샀겠는가.

이번 이벤트에 있어서 홍보나 마케팅쪽에서 실패했다는 의견에는 일리가 있다. 보다 크고 강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고, 이세돌9단이 지더라도 손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게끔 사전 포석을 해놓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둑마저 기계에 의해 정복당했으니 이제 인류는 그 한계에 봉착했다는 식의 의견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알파고는 바둑을 뒀다기 보다는 바둑의 룰을 가지고 이기는 학습과 계산을 잘했을 뿐이다. 이기는 것이 애초 바둑의 본질이 아니냐고 한다면 그 사람은 야구나 축구나 골프, 심지어 카드놀이 같은 모든 승부를 가리는 게임을 똑같이 생각한다는 뜻이 된다.

기술은 계속 발전을 할테니 향후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기는 하겠지만 슈퍼컴이 인간을 이기면 당장 그 분야의 가치는 떨어지고 별볼일 없어질 것이라는 얕은 생각은 버려야만 한다. 그럴수록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가치가 서려있는 인간의 수를 부각시켜서 말그대로 기계적인 승부와는 차별화 시키는 것이 옳다. 그러면서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어렵게 일은 바둑 붐을 살리고 다른 두뇌를 자극할 수 있는 보드 게임 까지 붐을 일으켜야 한다고 본다.

만일 다른 프로기사들이 공동연구하여 단체로 편을 먹고 알파고와 승부하는 이벤트를 기획한다든가, 기계와의 승부를 통해 역으로 인간끼리 승부하는 것의 가치를 설파 할 수 있다면 왜 바둑의 인기가 떨어지겠는가. 그럴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필자는 오델로 기사니까 오델로에 대한 얘기를 하나 하면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오델로는 이미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선지 오래고 스마트폰 어플로도 나와있기때문에 작금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인기도 없고 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야 옳다. 그러나 작년 세계대회때 각국의 초고수들이 펼치는 승부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들이었고 실시간 인터넷 생중계에 고국의 팬들은 열광했다. 일본 대회의 규모는 심지어 세계대회의 몇배다. 즉 어떤 게임이든지 인간들이 하는 참승부를 보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 왜 기계가 사람보다 잘두게 되면 그 가치를 폄하하는가. 오히려 그런 시각들이 멀쩡한 분야 하나를 고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이번에는 알파고가 아닌 인간이 자신의 가치망과 연산망을 잘 활용해야 할 때다.

훗날 로봇 축구팀이 브라질 대표팀을 이기게 되면 세계 각국의 프로리그는 사라지고 월드컵도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ballzzang

오델로 소설가, 공인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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