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Ot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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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6/11/2017 5:13 in 오델로, 소설, X-square, 승부의신

승부의 神 (1)

“아이 뭐야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지수가 볼멘소리로 체육관 건물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애꿎은 시계만 계속 쳐다보는 지수 뒤편에는 현관에 크게 써붙여진 '전국 오델로 선수권 대회'라는 플랭카드가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유사범님 전화는 계속 꺼져있는거야?”

현서가 걱정어린 말투로 조심스럽게 말하자 아무말 않고 옆에 서있던 카이가 말을 받았다.

“... 아직까지 안오는것을 보면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보지. 하지만 그 속을 누가 알겠어. 난 먼저 들어간다.”

성큼성큼 대회장으로 들어가는 카이의 뒷모습을 보며 지수와 현서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쳇. 무슨 놈의 꿍꿍이가 그렇게 많은거야.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유사범님은 사실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냐는 거냐고...!'

얼굴을 찡그리며 앞서가던 카이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어이 거기 두 사람! 계속 거기 서있다가 기권패라도 당하겠다는 거야 뭐야! 안오는 사람을 기다려봐야 뭐할거냐고!”

“뭐야, 카이형 이제보니 되게 야박하네...”

현서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시계를 바라보던 지수가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현서야, 들어가자. 우리는 우리의 승부를 해야만 하니까.”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지수의 얼굴을 쳐다보던 현서는 뭔지모를 비장한 느낌이 들어 침을 꿀꺽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사람이 굉장히 많네. 100명도 넘겠는걸!”

체육관 안 일렬로 늘어선 테이블에 앉아서 대국을 준비하는 많은 참가선수들을 보던 현서가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그럼~ 전국 각지의 사람들까지 올라오는 가장 큰 규모의 대회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 현서야. 그런데... 먼저 들어간 카이는 어디에 있지?”

지수가 두리번 거리자 현서가 손가락으로 벽쪽을 가리켰다.

카이는 두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는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참가선수 명단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뭘 보고 있는거야?”

지수와 현서가 옆에 다가서며 묻자 카이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없..어...”

“뭐가?”

“유사범님 이름이 없어...”

“뭐라고?”

눈이 휘둥그래진 지수가 되물었다.

“그냥 늦는게 아니라 참가 신청 자체를 안한거야! 유사범님 우리를 속였어...!”

“그럴리가!”

부르르 떨며 말을 내뱉는 카이를 보며 지수도 낮은 비명을 내뱉었다.

“...”

세사람 모두 황당한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는 그 때, 그 옆으로 몇사람이 다가왔다.

“여어~ 자네들이 유민혁9단이라는 전설의 고수인지 전설의 고향인지 하는 사람의 제자들인가? 껄껄.”

카이가 날카롭게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까무잡잡한 중년의 남자와 빙글 거리고 있는 젊은 남자, 그리고 무표정한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 뒤편으로는 헤죽거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중학생 정도의 남자 아이도 보였다.

“뭐냐, 너희들은.”

카이가 쏘아보며 말했다.

무언가 심상찮음을 느낀 지수와 현서도 역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우리들은 강태산 9단의 제자들입니다. 그냥 그쪽들과 좋은 승부를 하고 싶어서 말이죠. 그러려면 1번 테이블에서 만나야겠지만요...호호.”

금테 안경을 낀 무표정한 여자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뭐야 저 여자, 꼭 기숙사 노처녀 사감처럼 생겨가지고는.”

현서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그말을 들은 지수가 풉하고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말했다.

“예에... 그러시죠 1번 테이블에서 만나길 바랄게요. 근데 여기 서 있는 우리끼리 만날까봐 걱정이네요? 호호”

빙글 거리며 서 있던 남자가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은 없을겁니다. 유민혁9단의 제자들이라 예의상 건넨 말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것 같습니다만. 그럼...”

뒤돌아서서 대국장 안으로 들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에 대고 카이가 소리쳤다.

“뭐 얼마나 고수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7라운드가 끝나고도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후후.”

걸어가던 남자가 고개를 살짝 뒤로 돌리더니 무표정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당신은 내 상대가 안됩니다. 카이씨.”

그 순간 어디에도 그의 빙글거리는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뭐?! 저 시키는 뭐하는 시키야 저걸 그냥 콱.”

흥분하며 달려가려는 카이를 지수와 현서가 뜯어말리며 말했다.

“됐어, 실전에서 이겨버리면 돼 카이. 어서 1라운드 준비나 하자고.”

“그런데... 저 사람은 어떻게 카이형의 이름을 알죠?”

지수의 말을 듣던 현서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 그러네. 저 자식 우리가 신경쓰였는지 뒷조사까지 다 해봤나보네 겁쟁이 자식. 킥킥. 자 1라운드 준비를 하자~”

킥킥 웃으며 걸어가던 카이의 얼굴에는 그러나 이내 웃음기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 자식, 아주 기분 나쁜 녀석인데. 제길 진짜 고수의 눈빛이었단 말야...'

카이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 여러분 모두 자리에 착석해주시길 바랍니다. 곧 1라운드 페어링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번 대회는 총 7라운드이고 제한시간은 각 20분...”

무대 중앙의 심판위원장이 마이크에 대고 대회규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머 규정 설명을 시작했네 얼른 돌아가야.. 어맛!”

화장실에서 급히 나오던 지수가 몸집이 큰 어떤 남자와 부딪히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급히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지수의 길을 막은 채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오호라 그 때 그 여선생이시구먼. 흐흐..."

지수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과거 학원 운영권을 걸고 내기 대국을 벌였던 거구의 남자였다.

그 당시 남자는 속임수를 써서 지수를 이겼지만 지수는 아직껏 그 내막을 모르고 있던 터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죠?”

정색을 하면서 물어보는 지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남자는 이죽거렸다.

“아니 그냥... 오델로는 남자부 여자부가 따로 없으니까 좋아. 이렇게 콧대 높은 여자들을 무참히 밟아줄 수 있거든. 흐흐”

“당신 참 인간이 안됐네.. 만나면 그 때 진 빚을 곱으로 갚아드리죠.”

“뭐 해볼 수 있으면 하시구려 흐흐흐”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돌아서는 남자를 보며 지수는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었다.

'유사범님이 안계셔도 나는 나에게 주어진 승부를 해야만 해. 최선을 다하겠어..!'


심판 위원장이 규정 설명을 하던 그 무렵 현서는 자리에 앉아 초시계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누르면 되는건가. 탁. 탁. 이렇게 사용하면 되는거겠지?'

초시계 사용법을 다시 한번 익히던 현서 뒤로 갑자기 비죽거리는 웃음이 들려왔다.

“야아~ 꼬맹이 너도 대회 나왔냐? 초시계 사용법도 모르는 그 실력에? 크하하. 아주 박살을 내줄까 응?”

현서가 뒤를 돌아보자 일전에 현서에게 나쁜 짓을 했던 오델로부 부장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건들거리며 서있었다.

“누가 박살이 날지는 해봐야 아는거지.”

현서가 지지않고 대답하자 건들거리던 소년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이 꼬맹이가 간땡이가 부었나 어딜 감히 유소년부 챔피언에게!”

현서 옆에서 험악한 표정을 짓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이가 입을 열었다.

“아니 격투기 유소년부 챔피언이신가? 왜 오델로 대회에 와서 행패를 부리려고 하세요?”

“칫..!”

눈을 부릅뜨며 말을 하는 카이를 보며 소년은 기가 죽었는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너 하여튼 나중에 봐”

현서는 뒷걸음치는 오델로부 소년을 보면서 다짐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현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해.'

“후... 오늘 왜 이리 이상한 녀석들이 많은거야...”

카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퉁명스레 내뱉었다.

바로 그 때, 장내에 심판위원장의 마이크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자 이제 곧 1라운드 페어링을 시작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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