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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8/12/2015 22:59 in 전국대회, 참가기

볼짱의 전국대회 참가기 (6)

드디어 마지막 5라운드가 시작됐다.

5라운드의 빅매치라하면 물론 리치님과 협회장님과의 우승 결정전일 것이다.

하지만 비입단자들 중 최고 성적을 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초단 입단 혜택을 누가 받게될 것인가도 중요할 수 있다.

3.5승 이상자들이 후보라고 한다면 수님과 영구님이 3승씩을 하고 있으니 유력했다.

볼짱은 당시 2승2패 중이었으니까 1번 더 이겨서 3승이 되면 중위권 이상으로 도약하고 지면 중위권을 약간 밑도는 성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마음 같아서야 3승을 하고 싶었지만 5판중 절반 이상 이긴다는 것이 사실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것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5라운드에서 볼짱은 월님과 마주하게 됐다.

월님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얼굴을 그날 처음 보고 처음 오프로 두어보게 된 셈인데 내게 그렇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몇수 두어보면 전해져오는 느낌이 있는데,

월님은 상당한 정교파였던 것이다!

잠깐 바둑 얘기를 하자면 바둑에서는 크게 '전투형'기풍과 '실리형'기풍이 있다.

전투형 기풍은 말그대로 싸워서 이기는 스타일이고 실리형 기풍은 싸움보다는 집을 차지해서 이기는 스타일이다.

이것을 복싱으로 비유하면 전투형이 인파이터, 실리형이 아웃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볼짱이 느끼기에는 오델로에도 그런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오델로 인파이터들은 미드에서의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때로는 마이너스 길도 가지만,

엑스스퀘어 한방이나 아니면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트랩 등으로 일거에 상대를 무너뜨리는 스타일이다.

반면 오델로 아웃파이터들은 정교함이 뛰어난 스타일이라 받아치는데 능하다.

그러니까 최선보다는 차선을 꾸준히 두어나가면서 조금씩 차이를 벌려나가는 스타일이고,

이것은 연구가 많이 되어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스타일일 것이다.

볼짱이 보기엔 영구님이나 수님 쪽이 인파이터, 그리고 그린님을 아웃파이터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린님의 후배인 월님도 딱 그린님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스타일은 큰 실수가 잘 안나오기때문에 내가 잘 둬서 이겨야 하지만 아직 볼짱은 그만한 실력은 안된다.

따라서 볼짱이 제일 약한 스타일이 그린님이나 월님처럼 눈에 띄는 실수 없이 꾸준히 계속 차이를 벌려가는 스타일인 것이다.

월님과 중반전으로 접어들무렵 볼짱은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밀리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차이가 크진 않아도 점점 해볼 곳이 없어져간다고 느낄 무렵, 드디어 1편에서 볼짱이 얘기한 실수가 튀어나왔다.

G열에 상대 흑돌을 없애면 안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하변쪽에서 무심코 둔 착점이 G열의 흑돌까지 뒤집어 버린 것이다.

거기서 사실상 경기는 끝났다.

월님도 매우 강자니까 지는 것이 억울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솔직히 그런 실수는 안하고 결과를 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자책은 들었다.

최종 54:10으로 볼짱의 패배. 볼짱이 종합 2승3패로 대회를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운명의 우승 결정전은 리치님이 협회장님을 누르고 5전 전승으로 우승!

후에 들은 얘긴데 그 판에서도 로즈 오프닝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볼짱과 리치님하고 둔 대국에서 나온 모양이 다시 등장했다는 것인데 어쩌면 리치님이 볼짱과 둘 때 고심하는 모습(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연기였는지도 모른다)을 보고 협회장님이 방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볼짱이 큰 일을 했다고 자부하고 싶다.

또 단톡방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그린님이 3위! 바로 뒤를 이어 영구님이 4위로 입단! 수님은 5위!

1~5위까지 단톡방 사람들이 4명이나 들어가는 기염을 토하고 대회는 마감됐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리치님 우승을 축하하고 영구님 입단을 축하드린다.

사실 볼짱이 기분 좋았던건 결국 실력대로 될만한 사람들이 입상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종목 어떤 대회든 실력 있는 선수의 실족은 보는이를 마음 아프게 한다.

적어도 승부의 세계에서 만큼이라도 실력대로 평가를 받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물론 다크호스의 화려한 등장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대회가 끝나고 시상식도 하고 고깃집에서 뒷풀이가 있었다.

술잔이 오가며 서로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하나의 취미가 이렇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고 화합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오델로 대회는 또 계속 열릴 것이고 우리들도 계속 다시 만나서 승부를 겨루겠지만, 누가 이기고 지면 어떠랴.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에서 만난,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벗들이 있다는것 자체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 이 순간 모두의 마음은 분명 우리나라 오델로 저변이 확대되어 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승부를 겨루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 열렸으면 하는 것일 것이다.

조만간 그런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나아가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를 제패하는 날도 올것이다.

언제가 될는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면, 여기 모인 사람들은 또 한번 오늘을 떠올리며 웃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 미래의 빗장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볼짱의 첫 전국대회 참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경험도 경험이지만 승패를 떠나 잊지못할 추억을 스스로 만든것 같아 마음이 기꺼웠다.

대회를 참가할때까지만 해도 이 실력에 대회는 무슨...이라는 생각을 했던것도 사실이지만 영구님이하 여러 고수분들이 무조건 참가하라는게 무슨 뜻이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오델로 내외적으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던 대회 참가였다.

거리에서 바라본 여름 밤 하늘의 별들이 오델로판에서 뒤집어지는 흑돌과 백돌처럼 그렇게 깜빡이고 있었다.

*협회장님을 비롯 대회 개최와 운영에 힘쓴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참가한 모든 선수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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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델로 소설가, 공인 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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