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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3/26/2018 00:19 in 오델로, 일본명인전, 참가기, 후기

일본 명인전 참가 후기 (1)

토요일 이른 아침 리치와 함께 공항 대합실에서 오사카행 비행기를 기다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일이란게 참 알 수 없는 일이로구나, 하는 것 말이다. 2월 인천에서 열린 오델로 한일전 때 도우미로 참가할 때만해도 내가 3월에 열리는 일본 명인전에 참가한다는 것은 눈꼽만큼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외국에서 열리는 기전에 참가한다는 것은 비용과 시간 둘 다 확보가 되어야 하는 일일텐데 그것은 나같은 보통의 직장인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최소한 하루 정도는 연차를 내야 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마음이 가는 쪽으로 움직이게 마련인가보다. 하야님과 리치가 참가한다는 말을 들으니 한번 정도는 일본 대회에 참가해 보리라는 과거의 막연한 생각이 내 마음 속에 똬리를 튼 것이다. 그 생각은 점점 이 두 사람이 참가하는 이 때가 아니면 당분간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바뀌었고 막판에는 제법 절박한 심정마저 든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이 예기치 않았던 행보는 어느 정도의 긴장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게 만들었다. 경험삼아 재미있게 두고 오자는 생각이었지만 내심 최소한의 승수는 올려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조금 있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 30분 정도 지난 후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명인전이 열리는 고베까지는 버스로 1시간 남짓 걸리는데 고맙게도 먼저 일본에 도착해 있던 하야님이 마중을 나와주셨다. (하야님은 건강상의 이유로 하루 먼저 열리는 여성부 부문은 포기하고 다음날 무차별 부문만 참가하기로 하셨다) 하야님과 친분이 있는 미호상의 승용차를 타고 나와 리치, 하야님, 그리고 하야님의 딸 유경양까지 총5명이 고베로 향했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깨끗하지만 조용한 분위기는 고속도로 위에, 잠시 들른 휴게소 주위에, 그리고 고베 시내 빌딩의 담벼락에도 안개처럼 퍼져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고베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대회장 위치도 미리 파악할겸 일본 연맹 관계자에게 인사도 할겸 방문을 하였지만 어린이부, 여성부, 학생부 대회가 열리고 있는 그 분위기에 먼저 눈이 휘둥그래졌음을 밝힌다. 일본의 대회 참가 인원이 많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명인전은 매년 도시를 바꿔가며 열린다. 이번에는 고베 예술센터에서 열렸는데 조용한 분위기인 것은 좋지만 날이 약간 흐려서 그랬는지 조금은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어린이부 참가인원이 많다. 그런데 인원이 더욱 많게 느껴졌던 이유는 부모들이 바깥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일본 각지에서 이리로 오려면 당연히 부모들이 같이 올 수 밖에 없을 테지만, 교통비와 체류비 등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열정들이 아닐 수 없다. 자녀의 선전을 바라는 부모의 표정이란 어디든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중고등학생부는 학업 등의 이유로 어린이부보다 참가인원 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타 지역으로 이동하여 대회 참가를 해야하는 것이니.

여성부는 대충 보니 20대부터 4,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하고 있었다. 수준을 보기 위해 관전을 잠시 했는데 오프닝들을 많이들 알고 있는 것 같았고 수읽기도 센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보다 세면 셌지 약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같이 관전하던 리치는 (평균적으로) 오델로 퀘스트 기준 1800~1900대 정도인 듯하다는 감상을 피력했다.

중간에 마이크 같은게 있는 판은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판이었는데 저 안경 쓴 여자 어린이가 여성부에 참가한 모습이 꽤 이채로웠다. 똘망똘망하게 생긴 여자 어린이가 어른을 상대로 딱딱 돌을 뒤집는 모습은 오델로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기특한 광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대회장 분위기를 둘러보고 나와서 호텔 체크인을 한다음 저녁 식사를 (술도 함께) 했다. 다음날 아침 대회 참가를 위해서 일찍 자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들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평소 라이프 스타일도 있거니와 하루 들여다본다고 실력이 느는게 아니라는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야님하고 리치는 식사하면서 계속 어플로 게임을 많이 하더라. 나는 술에 얼굴이 벌개져 옆에서 게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피곤함을 느꼈는데...

배불리 먹고 호텔로 돌아와 잠을 청했으나 그렇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특별히 다음날의 대회가 긴장이 되어서 그랬다기보다는 얼떨결에(?) 이국의 호텔에 누워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고베의 첫날밤이 시나브로 깊어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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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델로 소설가, 공인 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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