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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7/30/2015 01:53 in 전국대회, 참가기

볼짱의 전국대회 참가기 (1)

7월26일 일요일. 오델로 전국 선수권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돌이켜보면 불과 몇달전만 해도 오델로를 취미로 갖고 동호회(?) 사람들과 모임을 갖는다는 것부터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보니, 오델로 대회를 참가한다는 것은 사실 내 인생에 있어 말도 안되는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하철을 타고 건대입구역 근처 대회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살다보면 가끔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덥지 않으면 여름이 아니겠지만 그날따라 덥고 습한 기운이 온 도시를 휘감고 있었다. 안그래도 대회로 긴장되던 차에 날씨가 먼저 어깨를 늘어뜨리게 했다.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 그린님의 전화를 받고 휘적휘적 푸드 코트를 찾아갔다. 거기엔 이미 한무더기의 사람들이 오델로 판을 사이에 두고 모여 있었다. 한쪽에는 음식 번호표를 놓아둔 채.

“영구 형님, 안녕하십니까.”

“오, 왔어.”

역시 빠질 수 없는 영구님. 두 똘똘한 아들 동명, 동현과 함께 온 영구님은 언제봐도 모임의 주축이자 볼짱의 정신적 지주이다. 영구님께 오델로를 많이 배운 탓도 있지만, 나를 이 단톡방 모임으로 이끈 것이 영구님이기 때문에 나는 늘 모임에 오면 영구님부터 찾게 된다.

나를 이 세상으로 인도해준 것이 부모님이라면 나를 오델로 세상으로 인도해준 것은 영구님이니까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면 어미닭을 쫓듯 나는 그렇게 영구님을 찾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구님의 두 아들 동명, 동현은 무언가 똘똘한 개구쟁이들 같은 이미지였는데 처음보는 나를 낯설어 하는 것도 같아 별로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 자리에는 영구형님 3부자 외에 그린님과 리치님, 그리고 월님과 케잌님도 있었지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조용했다. 다들 원래 말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는 해도 대회전 묘한 긴장감 같은 것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마치고 10층 대회장을 찾아갔다. 문화센터 꽤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처음 화장실 몇 번 다녀올 동안은 길을 헤매기도 했다.

올라가다가 수님을 만났다. 머리까지 새로 하고(대회 때문이었을까) 신랑과 함께 대회장을 찾은 수님의 모습은 늘 그렇듯 명랑하고 들떠 있었다.

솔직히 얼핏보면 여류 최강의 모습이라기에는 너무나 천진해 보이는 수님. 하지만 그런 명랑함 뒤에 숨어있는 번뜩임이 그녀의 강점이라는 것을 일격을 한번이라도 맞아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대회장 문을 여니 좁은 테이블에 오델로 판들이 초시계와 함께 주욱 놓여 있었다. 초시계가 놓여져 있는 모습이 대회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내가 저것을 사용해서 대국을 해야하는가. 작동을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나는 어디쯤 앉게 될까. 오늘 성적은 어떨까, 망신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참가자들이 주욱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까 어린 학생도 제법 많았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도 보였는데 도무지 그들의 실력이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에 바둑을 둬봐서 알지만 바둑이나 오델로 같은 두뇌 게임들은 어린 학생들이 더 무서운 면이 있다. 가끔 실력이 가늠되지 않는 어린 신동들이 나타나면 어른들이 당해내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흡연구역 알아두고 화장실 다녀오고 물 마시고 왔다갔다 하다보니 어느덧 대회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그날따라 어찌나 목이 타던지...

자리에 착석하고 협회장님의 간단한 룰 설명이 있었다. 그래도 거의 절반 가까이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 분위기가 힘들지는 않았지만 잠시후 1라운드에서 누구를 만나게 돼서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래가지고 앞으로 장장 5라운드를 어떻게 치루나. 볼짱아 침착하자, 침착.‘

이윽고 제일 앞자리부터 호명 되는 사람이 차례차례 착석을 했다. 1라운드 페어링이 시작된 것이다.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면서 벽쪽에 서있는데 불현듯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1라운드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절반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단톡방 사람들이다 보니 이론상으로 누군가는 톡방 사람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데, 과연 1라운드에 누구와 누가 붙는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절반이상이 자리가 차고 6자리만 남은 상태에서 아직도 호명 안된 사람은 영구님, 수님, 볼짱, 영구님 아들 중 한명(정확히 기억이 안남), 그리고 낯선 학생 둘 이렇게 6명이었다.

여기저기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1라운드 대진은 그야말로 자동 대진인데 6자리중 4명이 단톡방 사람이니 누군가는 둘이 붙게된다. 누굴까.

볼짱은 사실 그때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랑 붙기를 희망했다. 솔직히 내 약점을 너무 잘 아는 영구님이나 수님을 만나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뭔지 나는 어떤 학생이랑 페어링 되었고 아직도 수님과 영구님은 호명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설마!’

볼짱이 설마 하는데 곧바로 협회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덕철님... 김수원님...”

“와아!”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렸다. 단톡방 사람들은 대부분 안다. 저 두사람이 매칭 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면서 제자 중에 스승을 종종 이기는 제자. 그리고 성별간의 매치이기도 하면서 전통 강자와 신흥 강자의 매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은 영구님이 곱절은 더 심했을테니 단판 승부라면 영구님의 승리를 반드시 장담할 수 없는 대진이 마치 예정된 행사처럼 성사된 것이다.

애써 태연한척 하지만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 두 사람을 보고 볼짱은 잠시 웃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나의 대국이 중요하다.

정신을 가다듬고 앞에 앉은 1라운드 상대를 바라보니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학생이 무표정하게 앉아있었다.

‘이 학생, 강하다...!’

긴장감을 찾을 수 없는 무표정에서 묻어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어느 정도 실력인지는 모르지만 평소 접해보지 않았던 어린 고수의 기운을 직접 마주 앉아 느껴보니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받았던 것이다.

볼짱은 이 낯선 상황에서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 허둥대기 시작했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계속-

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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