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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9/27/2015 16:42 in 오델로, 입단대회

볼짱의 입단대회 참가기 (2)

긴장이 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하게 된 3라운드.

2승중이었다고는 하나 최소 4승은 해야 우승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라고 할 수 있다.

볼일을 보고 대국장소로 가보니 이미 3라운드 페어링이 시작된것 같았다.

허겁지겁 달려가보니 볼짱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상대는

바로 재성님!

단톡방에서 입단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중의 한명이 재성님이었다.

오델로를 시작한지도 오래됐고 제브라하고의 대국을 엄청 많이 하신 정통파로 알려져있다.

볼짱이 재성님과 온라인에서 둬보면 승률이 절대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느낌상으로는 잘봐줘야 40%정도 되려나.

그때 볼짱의 느낌은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하는 정도였다.

어차피 참가할 때부터 피해갈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재성님이 1라운드에서 케익님에게 일격을 당한 상태지만 만일 점차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면

지금 볼짱의 앞에 앉아있는 재성님은 엄청나게 강해진 상태인지도 몰랐다.

볼짱의 백번.

볼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첫수를 직각으로 응수했다.

그리고 나온 모양은 로즈빌.

공교롭게도 대회 며칠전 수님과의 연습대국에서 수님이 알려주던 오프닝이 바로 로즈빌이었다.

그때 볼짱이 잘못 응수했던걸 수님이 바로 잡아준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정확히 그렇게 응수를 하고 판을 벌려나갔다.

벼락치기 공부한 것이 시험에 출제됐을 때 그 시험에 합격할 것 같은 기분과 비슷했다면 지나친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그것은 나 자신만의 착각이었다.

상대는 충분한 강자였고 내가 아는 오프닝이 나왔다고 해서 승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둔 것 같다.

야외의 땡볕으로 인해 집중도 잘 되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정신없이 상대의 응수에 고민하며 한수 한수 신중하게 두었다.

패리티는 내가 가지고 있었으므로 약간 유리하다고 봤지만 흑은 돌개수로 밀어부치고 있었다.

상대가 휘두르는 칼을 막고 또 막아내며 종국에 다다랐을 무렵 남은 칸은 두칸.

'아래쪽을 상대가 두면 내가 이긴다. 그러나 거기에 두지는 않겠지...'

'윗칸을 둔다면?'

윗칸을 둔다면 내가 마지막 칸을 메웠을 때 어느 한쪽이 33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상대가 33인지 내가 33인지 정확히 계산이 되지 않았다.

정확히 계산을 하기에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던 탓도 있다.

재성님은 잠깐 생각하더니 예상대로 윗칸에 두었고 볼짱은 결과는 운에 맡기며 남은칸에 착수하고 돌을 뒤집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패리티를 가지고 있는 쪽이 33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돌을 다 집고 돌 개수를 헤아려보니 흑33 백31.

재성님의 승리. 볼짱이 지고 말았다.

아쉽긴 했지만 그렇게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둔 판인데다가 33:31 스코어는 바둑으로 치면 반집 승부 같은 것이니 운이 좀 안따라줬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케익님을 이겨야 우승을 할 수 있을테고 한번 당할 1패라면 재성님께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신기한건 그판을 둔 직후 승패와 상관없이 누군가와 실컷 싸우고 나서 얻게 되는 카타르시스같은 것을 느꼈다는 점이다.

후회없는 한판이란 이런 것이련가.

돌을 센 직후 협회장님이 지나가다가 한마디했다.

"33대 31도 나왔네..."

입단대회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 남은 라운드는 둘.

케익님은 우리의 옆에서 대국을 했는데 역시 승리하면서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스위스룰에 의해 볼짱은 5라운드에서 케익님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4라운드에서 누구를 만나게되든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는 얘기가 된다.

4라운드를 무조건 승리하고 5라운드에서 케익님께 승리해 4승1패 동률 돌개수로 승부를 가리게 되는 상황이 우승을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시나리오였다.

그렇다면 4라운드에서는 누구를 만나게 되지...

하는데 바로 전 라운드에서 케익님과 대국을 하시던 남자분이 4라운드 볼짱의 상대였다.

아마5단인가 6단으로 알고 있는데 앞선 라운드를 지켜본 바에 의하면 만만찮은 실력의 소유자였다.

바로 전 판에서 케익님에게 지긴 했지만 돌개수의 차이도 크게 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판에 복병인 분과의 대국.

이 또한 긴장이 안될 수 없었다.

볼짱의 흑번. 백은 직각으로 받았는데 다음번 백의 착수는 대각으로 2열.

'어? 이건 마이너스 오프닝인데...'

'이 모양은 좋은게 아닐텐데... 왜?'

볼짱은 기분좋게 상대의 모양을 가르고 나갔고 몇 수 두어지지 않아 백은 외각을 둘러싸고 흑은 그 안에 둥지를 튼 모양이 되었다.

흑이 분명 유리한 모양이기는 했다 그런데.

그 때 볼짱의 머리속은 많이 복잡했다.

우승 입단이라는 목표를 놓고 본다면 이겼다 할지라도 적게 이겼을 경우, 5라운드에서 케익님께 승리해도 우승은 어려울 수 있다.

많은 돌개수가 필요하지만 그 돌개수도 상대가 장단을 맞춰줄 때에나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승할 수 있는 모양은 어떤 모양일까.

'혹시... 크게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온건가..!'

백의 벽 안에 웅크리고 앉은 흑돌들을 보면서 볼짱은 어떤 수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세를 찬찬히 살펴보니 상대의 수를 죽이는 수가 보였다.

볼짱이 한수 한수를 둘때마다 상대도 제깍제깍 받아주었다. 특별한 수가 안난다고 본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둔 씨스퀘어로 빠지는 한수.

그 한수로 상대의 수는 죽었다. 엑스스퀘어 하나밖에 둘곳이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상대는 그 수를 살짝 놓쳤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후부터는 패스의 연속이었다. 상대에게 미안할 정도로 패스 연타를 가져가면서 볼짱은 다행히 50개 이상의 돌을 남길 수 있었다.

계획대로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4라운드까지 끝이 났다.

1패는 31점으로 막고 3승중 2번이 50점이 넘었고 1번이 40점 대니까 돌개수에서는 분명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는 케익님이 4라운드에서 이겨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어차피 남은 마지막 한판에서 이기는 쪽이 입단이다.

입단대회의 마지막은 너무나 심플해져 있었다.

볼짱은 휴식시간 동안 햇살이 아직은 따가운 파아란 가을 하늘을 쳐다보면서 담뱃불을 붙였다.

그 때 예상대로 케익님이 4라운드도 승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계속-

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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