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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7/19/2015 in 오델로, 소설, X-square, 들장미 소녀

들장미 소녀 (1)

한빛 오델로 학원에는 오델로를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이 방과후 속속 모여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오지수 사범은 연일 생기가 돌았다.

“오선생님말야...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정말 열심인것 같지 않아요?”

아이들 앞에서 자석 오델로판을 놓고 하나하나 열심히 설명하는 오사범을 보면서 카이가 한마디 했다.

“그러게... 저런 열정이 저 체구에서 나온다는게 신기한 일이지...”

민혁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여러분, 오델로의 간단한 규칙은 저번에 배웠죠? 오늘은 오프닝에 대해서 배우겠어요. 오프닝은 아주 잘 두시는 분들이 처음에 둘 때 어떤 식으로 두면 좋다고 만들어낸 정석 같은거에요. 오프닝을 몰라도 두는데는 지장 없지만, 잘 두고 싶다면 최선수 위주로 개발된 오프닝을 먼저 익히는게 실력향상의 지름길이 될거에요. 알겠죠?”

“네!”

똘망똘망한 아이들이 일제히 병아리처럼 대답했다. 단 한명 현서만 다 알고 있다는 듯 귀를 긁적이며 심드렁하게 오사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후 대형 자석 오델로 판에는 오지수 선생이 하나의 오프닝을 늘어놓았다.

“저건, 로즈군...”

카이가 말했다.

“그렇지. 대립형 오프닝의 기본은 로즈지. 미국의 브라이언 로즈가 만들었다는건데, 다른 오프닝 대비 상대적으로 외우기 쉽고 오델로의 여러 가지 속성들을 익히기에는 로즈가 나을거야 아마.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특히.”

민혁이 대답했다.

“그런데 말야, 유사범님은 정말 져본적이 없어?”

카이가 약간 익살맞은 표정으로 물었다.

“...글쎄, 답이 될진 모르겠는데 아주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내가 못당하는 사람이 한명 있었어.”

민혁이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말? 하지만 그땐 지금보다 실력이 좀 못할 때 아니었겠어? 지금이라면 이기는거 아냐?”

“아닐걸. 내가 지금보다 많이 어렸을 때의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그 수의 깊이 만큼은 기억이 나. 어느 모임에서 어떤 분이랑 두었는데 도저히 내가 당해내질 못했지... 그정도 깊이라면 지금도 내가 이길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

“흐... 대단한데? 유민혁9단 보다 잘두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다는거야? 그 분은 지금 어딨어요? 세계대회 출전권 따내려면 내가 3위 안에는 들어야하는데 이거 큰일이군.”

“글쎄. 그 때 이후로는 소식을 들은 사람이 없다지 아마...”

민혁이 잠시 추억에 잠기는 듯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흠... 어쨌든 노력, 노력해야한다... 어떤 숨어있는 고수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세상이니... 세계대회 출전권 따내려면 연습해야지.”

스마트폰에서 오델로 앱을 실행시키고 온라인 대국을 즐기고 있는 카이를 뒤로하고 민혁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는 거리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다가 불현듯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저 사람들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델로의 한수 한수가 놓여짐에 따라 수많은 갈래의 길이 열리듯 어떤 사람의 한발 한발이 세상에 놓여지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 바로 인생 아닐는지.

수업시간이 끝났는지 사방은 고요했다.

“아! 들장미 소녀다!”

스마트폰으로 오델로를 두던 카이가 갑자기 소리쳤다.

“들장미 소녀?”

민혁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응...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온라인 고수인데 아주 가끔 접속해서 나도 만나본적은 없어요. 어쩌다 나와서 한두판 두고 사라지거든.”

“그래? 그런데 그렇게 잘둬?”

“응... 그게 그녀가 백을 쥐고 로즈를 두면 절대 지지 않거든요. 물론 흑으로 둬도 승률이 높고... 아주 화려하게 전판을 휘감는 스타일이죠. 나도 로즈 오프닝은 들장미 소녀가 두는거 그대로 따라 둬보고 배웠을 정도라니까.”

“그래? 로즈의 달인이란 소리군... 들장미 소녀라면 여자란 소린데... 너 혹시 소녀가 좋아서 그러는거 아니냐?”

“헉! 사범님. 저 순진한 총각이에요. 그런 사람 아니라구요.”

민혁이 봐도 앱상에서 대국하는 들장미 소녀의 로즈는 확실히 남다른 면이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수가 아니라 뭔가 투박해보였지만 실전적인 수들이었던 것이다. 이를 테면 18번째 백의 수를 B,5에 두면서 중앙을 관통한다든지 하는 것.

‘그런데 이거 어디선가 본 듯한 수들인데... 통 기억이 안나네...’

민혁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기억을 더듬을 때, 현서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큰일이야 큰일!”

현서가 달려오며 카이와 민혁에게 말했다.

“응? 또 웬 호들갑이냐 꼬마.”

“꼬마 아니라고!”

“아아. 미안. 왜 그러냐. 애어른.”

카이가 현서를 놀리면서 얘기했다.

“칫. 카이 아저씨 나중에 두고봐. 아무튼 오지수 사범님이 좀 이상해”

“이상하다니. 뭐가?”

민혁이 물었다.

“그게... 요즘 좀 이상해 혼자 노래도 흥얼거리다가 거울보고 화장도 하고 말이지. 뭔가 기분이 좋아보여서말야.”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거야? 뭔가 좋은 일이 있나보지.”

카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게 아니고! 남자가 있는거 같아! 분명 남자를 만나러 가는거라고! 애인이 생긴걸까...”

“푸하하. 그게 왜 큰일이라는거냐. 꼬맹아. 오사범님이 남자를 만나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냐 킥킥.”

근심하는 현서의 얼굴이 우스워보였는지 카이가 핀잔을 주었다.

“아... 오사범님이 애인이라도 생겨버리면 수업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고... 그리고 또...”

“이제보니 현서, 오선생님 좋아하는구나? 질투가 분명해.”

민혁이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뭐... 뭣? 아니라고! 그런 아줌마 스타일을 누가 좋아해! 근데 유사범님은 아무렇지도 않아?”

“글쎄 이성은 많이 만나보는게 좋다고들 하니까...”

민혁이 별 다른 반응 없이 대답하니까 현서는 맥이 풀렸는지 창가로 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후 현서의 눈에 앞건물 꽃집에서 장미를 한다발 사가지고 나오는 지수의 모습이 들어왔다. 현서는 후다닥 건물을 내려가서는 지수 앞을 가로막고 물었다.

“사범님! 애인 생겼죠?”

“뭐? 호호호 왜? 선생님은 애인 생기면 안돼?”

“아니... 그건 아니지만...”

지수는 귀엽다는 듯 현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그 장미는 애인 주려구 산거에요? 그렇죠?”

지수는 잠시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장미 다발로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는 그 장미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응... 이건 선생님 첫사랑 주려구.”

“첫사랑?”

“응. 선생님 첫사랑.”

활짝 웃으면서 대답하는 지수를 보며 현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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