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Ot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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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zzang wrote this on 06/30/2015 in 오델로, 소설, X-square, 오델로 소년

오델로 소년 (1)

땅거미가 뉘엿뉘엿 질 무렵 민혁과 지수는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다.

“뭘 이렇게 많이 샀어?”

“이 정도면 많은 것도 아니에요. 살림을 해보면 얼마나 필요한게 많은지 남자들은 모른다니까.”

“그런가...”

“혹시 무거워서 그러는거에요?”

“에? 아니 그게 아니고... 하하..”


‘퍽!’

한 여덟 살 쯤 되어보이는 작고 깡마른 사내아이가 걸어오다가 미처 지수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히고 말았다.

“어맛!”

지수가 장바구니를 놓칠세라 감싸안듯 주저앉을 때 넘어진 아이의 가방에서도 무언가 떨어졌다.

‘달가락!’

‘저건... 일제 자석 오델로 판!’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우던 민혁은 아이의 가방에서 떨어진 오델로 판을 흘깃 쳐다보았다.

“칫! 똑바로 보고 다녀야지!”

“뭐? 네가 앞을 안본거잖아. 어디서 쪼그만게 죄송합니다 하지는 못할망정...”

“내가 쪼그맣다고?”

“얘가 꼬박꼬박 반말이네?”

“아, 아 그만해. 아이랑 어른이랑 길에서 싸울 수는 없잖아. 지수가 참으라고. 하하..”

“치잇! 운좋은 줄 알아!”

도망치듯 뛰어가는 사내아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민혁은 지수를 보며 얘기했다.

“저기 지수씨. 나 잠깐 좀 다녀올게. 장바구니는 여기에 놓고 쉬고 있으라고.”

“네? 어딜 다녀오시게요?”

“나중에 얘기해줄게”

“어? 유사범님! 어디를 갑자기...”

당황스러워하는 지수를 뒤에 두고 민혁은 꼬마 아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던 아이는 어느 골목에 들어서자 품속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그러나 찾는 것이 없는 듯 연신 자신의 몸을 손으로 더듬었다. 당황하는 아이의 뒤에서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것을 찾고 있니?”

아이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 자리에는 민혁이 지수의 지갑을 흔들면서 서 있었다.

“칫! 아저씬 뭐야?”

“나? 나는 그냥... 뭐지? 소매치기 꼬마 잡는 아저씨? 하하”

아이는 잠깐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차라리... 잘됐어. 오델로반 형들이 시켜서 할 수 없이 한 짓이지만... 이제 그런짓 안할 생각이니까. 아까 그 아줌마에겐 미안하다고 전해줘요”

“헐... 아줌마라고 하면 화낼텐데...”

그때 아이보다 몇 살 더 먹어보이는 소년들 한무더기가 저쪽에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갑자기 두 주먹을 불끈 쥐더니 그쪽으로 달려갔다.

순식간의 일이라 민혁은 갑자기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야 땅꼬마. 오늘 수금해야지. 내놔봐. 킥킥”

“없어.”

“뭐?”

“이제 이런 짓 그만두겠어. 오델로 가르쳐 준다는 말에 할 수 없이 했지만 가르쳐 주지도 않았잖아.”

“이새끼가!”

무리의 대장격으로 보는 소년이 아이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가 내동댕이쳤다.

“아! 아파...”

내던져진 아이의 무릎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쪼그만 녀석이 시키는대로 하면 어련히 가르쳐 주시겠지 할 일이지. 반항이냐?!”

“킥킥킥...”

주변을 둘러싼 소년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댔다.

“큭...!”

질끈 감은 아이의 눈에 분함의 눈물이 핑 돌았다.

넘어진 아이를 대장격인 소년이 다시 한 번 발로 걷어차려 할 때 아이가 갑자기 소년의 발을 붇잡고 허벅지를 깨물었다.

“아악!”

“이 미친새끼봐라”

아이의 머리채를 소년이 움켜쥐었다.

“머리도 나쁜 놈이 오델로는 뭐 퍽이나 두겠다”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신 최동훈7단 이시다! 난 아버지처럼 훌륭한 오델로 기사가 될거라구! 너희들하곤 차원이 다르지!”

아이가 소리쳤다.

“허... 애들하고 어울리지도 못하는 걸 같이 데리구 놀아줬더니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쪼그만 새끼가. 넌 이제 죽었어”


“놀아주는게 소매치기 시키고 두들겨 패는건 아니지.”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에 소년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민혁이 팔짱을 끼고 소년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저씬 뭐야. 그냥 가던길이나 가셔”

“너희들 오델로반이냐. 이 중 제일 고수가 누구지?”

아이를 때리던 소년이 피식 웃으면서 민혁 앞으로 나섰다.

“전데요. 왜 그러시죠?”

“아... 나도 오델로를 둘줄 아는데 좀 둬보고 싶어서.”

“킥킥킥 아저씨.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거에요?”

“아니 난 모르지”

“내가 이기면 어떻게 할건데요?”

민혁은 소매치기 당할뻔 했던 지수의 지갑을 들어보며 말했다.

“이 지갑을 주마. 네가 저 아이에게 시켰던 소매치기 타겟이 됐던 지갑이다. 돈도 고스란히 들어있다”

“헐... 재밌는 아저씨네. 좋아. 나중에 딴소리 안하겠지. 그러면 그럴린 없지만 아저씨가 이기면 뭘 해드릴까?”

“저 아이를 데려가겠다. 그리고 앞으로 저 아이를 건들지 마라”

“훗... 그래 아무렇게나 해보라구. 결과는 내가 이길테니까”

민혁은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아까 가방안에 있던 자석 오델로판을 봤구나. 좀 빌려주겠니?”

당황스러운 표정의 아이는 머뭇하다가 오델로판을 꺼내주면서 말했다.

“아저씨...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은 전국 오델로 유소년부 우승자라구!”

“아 그래... 그래서 자신만만했군. 그렇다면 룰을 바꿔야지”

민혁과 오델로반 반장은 근처 벤취에 오델로판을 놓고 마주 앉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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