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Othello

All About Othello

ballzzang wrote this on 07/04/2015 in 오델로, 소설, X-square, 독사

독사 (1)

독사(毒蛇)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에 한 남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다. 짧은 머리와 날카로운 턱선은 무언가 날렵한 인상을 주었지만 표정만큼은 매우 지쳐있었다. 주변 환경을 낯설어 하는 표정에서 어떤 초조함까지 보였지만 그 눈빛만큼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화구통처럼 보이는 원형모양의 초록색 가방이 메어져 있었는데 어쩐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여기쯤인 것 같은데... 이 아파트 단지인가...”

그는 한손에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킨 후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더니 마침내 도착했다는 듯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파트 놀이터 벤취에 주저 앉았다.

  • 한방소년이니. 나는 카이야. 지금 너희 동네 놀이터에 왔는데 어디니?

벤치에 앉아 문자를 보내는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 어 아저씨 진짜 오셨어요. 하아.. 저 지금 그 앞이긴 한데...

  • 어 그래 잠깐 보자 너희 집 놀이터 그네 옆 벤취야

약 5분 후 초등학교 6학년쯤 되어보이는 볼이 퉁퉁한 아이 하나가 그의 앞쪽으로 걸어왔다.

“아저씨가 카이세요? 그런데 진짜 오시면...”

“어 네가 한방소년이구나. 괜찮아 잠깐이면 돼. 네가 잘 하는 것 같아서 내가 온거야”

그는 울상이 되어버릴듯한 아이의 손을 잡고 벤취에 끌어앉히고는 예의 그 초록색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의 손에는 64개 정사각형이 그려진 초록색 판과 바둑알 같은것들이 들려있었다.

“자 이게 뭔지는 알지? 오델로 판이야”

“네...”

“실력대로만 두면 돼. 네가 먼저 둬라. 한번 둬보자”

마지못해 두는 아이의 손길은 보기 애처로울 정도로 굼뜬 반면 남자의 손끝은 경쾌했다. 하지만 잠시후 남자의 손끝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너... 이게 네 실력 맞아? 귀찮아서 대충 두는거 아니고..?”

얼굴이 굳어지며 내뱉은 그의 말에 아이는 울상이 되어서 입을 열었다.

“저... 원래 이거 잘 못해요. 옛날에 삼촌한테 잠깐 어떻게 두는지만 배웠던거라구요...”

남자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너... 저번에 앱으로 이 아저씨한테 이겼잖아! 그거 설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둔거야?”

“레벨 올리려구 그랬어요. 죄송해요...”

“너 이 자식! 어린놈의 자식이 벌써부터 상대방을 속여서 이기는 짓거리를 한거야? 응?”

얼굴이 벌개지며 씩씩대는 남자앞에서 아이는 벌벌 떨면서 소리쳤다.

“왜 저한테만 그래요! 그깟 게임 한번 졌다고 이러는거에요? 나이 많은 아저씨가 집까지 찾아와서는! 으헝...”

울음을 터뜨린 아이 앞에서 남자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저쪽에서 팔을 걷어붙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당신! 뭐에요! 누구에요? 우리 애를 왜 울려! 당신 뭐야! 경찰 부를거야!”

“아니 저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냐! 당신 유괴범이야? 이리와봐 콩밥좀 먹어야겠어”

112에 신고라도 하려는지 전화를 꺼내는 아이 엄마를 뒤로하고 남자는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서! 거기 안서! 저놈 잡아!”

약 십여분을 달렸을까. 남자는 어느 골목 어귀에 서있는 나무그늘 아래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 세상에 고수는 없는건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치팅이나 하고 있으니...”

새어나오듯 혼잣말을 내뱉으며 남자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델로 고수를 찾아 헤맨지도 어느새 1년. 앱을 통해 대국을 하고 고수라 생각되면 무조건 찾아가서 오프라인으로 대국을 요청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래야 진짜 실력인지 프로그램을 가지고 하는 치터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고수라고 생각돼서 찾아간 상대들은 하나같이 모두 치터들이었다.

“이제 포기를 해야하는건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오델로 앱을 실행시켰다. 게임을 하려는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너무나 몸에 배어 손끝이 자동으로 시키는 행위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의 랜덤 매칭 상대는 점수가 초기점수인 것으로 보아 새로 만들어진 캐릭터인 것 같았다. 아무 생각없이 액정화면을 꾹꾹 누르던 그는 상대방의 초보적인 수순에 혀를 끌끌차며 혼잣말을 했다.

“오델로는 이렇게 다식(많이 뒤집음)을 하면 안되는 거...”

“!”

“이건 다식이 아냐...”

“이건... 방어다!”

초보적인 수들이라고 생각했던 상대방의 수들은 사실은 그의 둘곳을 틀어막는 방어의 수들이었던 것이다.

“오프닝때는 별로인 수들을 두던데.... 내가 갓 생겨난 캐릭터라고 방심은 했지만... 이 수순들은 보통내기가 아니야!”

그는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계속 두어나갔다.

흑을 쥔 그가 패색이 짙어졌을 때 갑자기 상대방이 돌연 기권을 하고 나가버렸다.

“뭐야... 기권! 왜 나가는거지. 내가 지는 판이었는데...”

“하지만 이 카이를 보기좋게 제압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 적어도 이건 컴퓨터 치팅은 아니다”

그는 피가 용솟음 치는 것을 느끼며 대국장을 떠난 상대 아이디를 보았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한빛오델로 학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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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델로 소설가, 공인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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